2009년 05월 22일
역사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지만, 이런 물음을 던져 봅니다.
"만약 사지 동물의 진화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포유류가 생각보다 방산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지금은 분명히 주된 포식자와 최상위 포식자는 포유동물입니다. 물론 맹금류와 악어를 비롯한 파충류 포식자도 있지만, 생태계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점하고 있는 녀석들은 포유류입니다. 그런데... 정말 만약이지만 신생대 초기의 거대한 날지 못하는 새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중생대 동안 포유류는 목숨을 부지하고자 숨죽여 살았습니다. 그리고 6.55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하고 대부분의 생태지위가 무주공산이 되자 포유류는 재빠르게 이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신생대 상당 기간동안 여전히 잡아 먹는 놈은 포유류가 아니었고, 공룡의 후예인 새였습니다. 멸종의 후유증을 겪었던 팔레오세를 지나 에오세에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두 부류의 거대한 새가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가르토르니스를 포함하는 gastorinithid와 '신생대 공포새(terror birds)'로 불리던 phorusrhacid였습니다. 가스토르니티드는 여전히 초식이냐 포식자냐를 놓고 논란이 많지만 포루스라키드는 완벽한 육식 조류였습니다. 이들은 유럽에서 발원하여 방산했고, 공포새는 남미에 이르러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번성했습니다. 실제 남미가 오랜 시간 '섬'으로 존재할 때 남미의 최상위 포식자는 다름 아닌 공포새였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발견되어 2006년 명명된 Kelenken guillermoi는 71cm에 이르는 두개골에 부리만 47cm였고, 키가 3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현생 개 정도의 포유류를 통째로 삼킬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유명한 Phorusrhacos longissimus 역시 두개골 크기가 40cm가 넘는 공포새였습니다. 공포새가 존재할 때 경쟁 상대는 유대류 포식자 - 틸라코스밀루스 같은 - 였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만약 파나마 지협이 생성되지 않아 남미가 더 오랜 시간 섬으로 존재해 공포새가 살아 남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정말 그랬다면 남미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보다 특이한 생물상을 가졌고, 최소한 남미에서만큼은 날지 못하는 공포새가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지키지 않았을까요? 파나마 지협을 따라 북미로 들어간 일부 - Titanis - 가 좀 더 생존했지만, 결국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 것이 아쉽습니다.
정말 초기부터 조류가 번성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지켰다면, 공룡시대정도는 아니겠지만, 공룡시대 시즌2에 해당할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포유류가 이렇게 모든 생태지위를 차지하며 번성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초원을 뛰어 다니는 타조가 아닌 초원에서 얼룩말을 쫓아 뛰어 다니는 공포새를 상상해 보세요. 사자가 사냥한 먹이를 빼앗는 공포새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공포새 무리가 코끼리를 사냥하는 그런... :)
어쨌든, 공룡의 후예는 육상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내놓은 채 새로운 생태지위를 차지했고, 이게 바로 익룡으로부터 물려 받은 하늘입니다. 여전히 공룡은 새롭게 적응하여 진화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 by 꼬깔 | 2009/05/22 11:52 | 화석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