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SCIENTIA

2008/09/01   고생물학자는 탐정이다. [11]
2008/08/29   Out of Africa again and again [17]
2008/08/18   최대의 파도는? [18]
2008/08/15   Ex ovo omnia - All out of egg [10]

고생물학자는 탐정이다.

예전에 늑대별님께서 쓰신 의사는 탐정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고생물학자 역시 - 어찌보면 모든 과학자가 그렇겠지만 - 탐정입니다. 과거를 밝혀내는 탐정이라고나 할까요? 공룡학자는 중생대 탐정, 삼엽충을 연구하시는 분은 고생대 탐정, 경북대 이성주 교수님처럼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연구하시는 분은 선캄브리아시대 탐정입니다. 고생물학자라고 하는 과거를 밝혀내는 탐정은 주의 깊은 관찰과 기록,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모험심이 필요합니다.

★ 주의 깊은 관찰과 기록
☞ 사실 이는 모든 고생물학자 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주의 깊에 관찰해야 합니다. 일반인이 야외에서 화석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화석은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보인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 풍부한 상상력
☞ 단편적인 증거로부터 전체를 짜맞추고 그 메커니즘까지 밝혀야 하기에 상당한 상상력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상상의 결과가 황당한 주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서의 상상은 '공상'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는 교육받은 상상입니다. 또한, 고생물학자는 생물 자체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고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고생태와 관련한 지식도 필요하지요. 공룡 이빨 한 개, 단편적인 화석으로부터 공룡의 종과 이들의 크기, 생활양식 등을 상상해야 하니까요. 생각대로 P(Palaeontologist)

★☆ 모험심
☞ 유명한 미국의 고생물학자 Andrews -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 는 모험으로 가득한 삶을 보낸 사람입니다. 만약 그가 현실에 안주하고 자연사박물관에만 있었다면 현재의 몽골 탐사는 더뎠을 수도 있을 겁니다. 고생물학자는 화석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모험심이 있어야 합니다. 형사가 단서를 위해 척박하고 위험한 곳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고생물학자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답니다. 고생물학자는 어디든 망치 하나 들고 달려갑니다.


만약 고생물학자가 되고픈 사람이 있다면 이 세 가지 덕목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을 지탱해야 하기에 꿈을 잠시 접었지만, 세 가지의 덕목을 마음 속에 담고 있습니다. 로또 당첨되면 봉인되었던 열정을

9월 첫 날부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네요. 모쪼록 행복한 9월 되시기 바랍니다.

by 꼬깔 | 2008/09/01 10:15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1)

Out of Africa again and again

한겨레 기사의 '우리의 사촌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이란 표현으로부터 시작된 궁금함으로 결국 새벽안개님의 도움을 받아 한겨레 신문 오철우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전문가께서 언급하신 최신 네이처 리뷰로 추정되는 Alan Templeton의 'Out of Africa again and again'이란 것을 대충 읽었습니다. 분자생물학과 관련한 지식이 전무한 터라 올바르게 이해했는지 두렵기는 하지만요. ㅠ.ㅠ

우선 오철우 기자께서 쓰신 댓글 내용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그 전문가란 분께서 견지하는 것은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라 표현하며 이런 내용입니다.

"1차 시기에 아프리카를 나온 호모 에렉투스가 각 지역에 퍼져 1차 시기의 단일 기원을 이뤘고, 2차 시기에 아프리카를 나온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져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이뤘다."

일반적으로 인류의 기원과 관련한 것을 보면 이렇습니다. '최초 호모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 없이 Homo rudolfensis이며, 이로부터 Homo habilis가 진화했고, 이 중 유럽쪽으로 유입된 것이 Homo heidelbergensis를 거쳐 Homo neanderthalensis로 진화했으며, 아시아쪽으로 유입된 것이 Homo erectus로 진화했다.'란 것입니다.

물론 여기엔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유럽쪽 계통을 나타낼 때 등장하는 Homo ergaster의 위치도 그렇고 가장 큰 것은 Homo erectus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본래 호모 에렉투스는 자바인과 북경인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쪽의 호모를 지칭했습니다. (고교에서 배우는 내용)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전문가는 마치 네안데르탈인이 자바인과 북경인과 같은 개념으로 유럽의 호모 에렉투스이다란 주장을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과연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가 호모 에렉투스였는지 이들의 조상이었는지는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사실 최근에는 직립인으로 지칭되는 호모 에렉투스보다는 에르가스트인으로 지칭되는 호모 에르가스테르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의 호모로 생각하는 것이 우세한 듯합니다.

그런데... 앨런 템프턴의 논문에는 호모 에렉투스로 표기해놓았습니다. 그리고 템플턴의 주장은 분자생물학적 증거로 볼 때 아프리카를 떠난 것인 1차례가 아닌 최소 3차례의 탈출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템플턴이 이용한 것은 단수체(haploid)에 속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했고, 미토콘드리아 DNA와 Y염색체를 이용한 것 같았습니다. (이 부분을 새벽안개님께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를 바탕으로 템플턴이 제시한 다이아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템플턴에 의하면 약 170만 년 전 최초의 탈출이 있었고, 84만 년 ~ 42만 년 전 2번째의 탈출, 그리고 15 ~ 8만 년 전 마지막 탈출이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첫 번째 탈출이 아시아와 유럽 진출이며, 마지막이 호모 사피엔스의 탈출입니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약 20만 년 전 진화해서 세계 각지로 퍼진 것이란 주장이지요.

문제는 그렇다고 네안데르탈인이 자바인, 북경인과 같은 종에 속하느냐는 것입니다. 그 전문가는 바로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으로 진출한 호모 에렉투스이며, 이를 구분하고자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라고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분류학적 개념으로 본다면 터무니 없는 얘기라 생각합니다. 이를 구분하고자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라 부르기도 한다니요.

또한, 이 전문가란 분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신의 주장을 하면서 오철우 기자께 반복적으로 '최근 <네이처>의 리뷰논문에 근거한 설명'이라는 얘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권위적인 설명이라 생각합니다. '네이처의 최신 리뷰논문에 근거한 것이니 정확한 것이다.'란 뉘앙스로 느껴지거든요.

인류의 계통수를 찾는 것은 일부 과학자는 '계통수 그리기 게임'이라고까지 합니다. 다른 화석 기록과 마찬가지로 인류 화석 역시 자료가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분자 유전적 방법이 동원되어 부족한 곳을 채우고 있지만 이 것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해줄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공룡의 계통수를 그리는 것보다 인류의 계통수를 그리는 것인 논란과 이견이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최신 리뷰논문을 근거로 한 설명이라고 일반적인 독자가 읽는 신문에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에렉투스라 표기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요?

by 꼬깔 | 2008/08/29 12:49 | SCIENTIA | 트랙백(1) | 덧글(17)

최대의 파도는?

한달 전쯤 오션월드의 파도풀에서 2미터 높이의 파도에 다현이가 쓸려간 일이 있었습니다. ㅠ.ㅠ 사실 그 정도의 파도도 굉장한 위압감을 줬는데,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 가장 높은 풍파 (wind wave)
☞ 바람에 의한 파도 - 풍파 - 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반적으로 남극해에서 가장 빈번하게 큰 파도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10m를 넘는 파도가 드물지만, 남극해에서는 30m가 넘는 파도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경험담'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시 경험담은 부풀려지기 마련인지라 신빙성은 떨어집니다. 그런데 1933년 2월 7일 미국의 Ramapo호가 북태평양에서 신뢰할만한 방법으로 최고 34m의 파도를 관측했다고 합니다. 대략적인 방법은 배의 끝 부분이 최대 높이로 올라간 순간 고물 쪽의 감시망루가 반대 쪽 파봉의 같은 수평선상에 놓인 것을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북태평양에 폭풍이 강한 달이었고, 당시 3개의 저기압 중심이 겹쳐져 증폭된 가장 강력한 폭풍을 만난 것이었고, 평균 풍속 107km/h(약 30m/s), 최대 풍속 126km/h(35m/s)였다고 합니다.

★ 가장 높은 쓰나미 (지진성 해일, tsunami)
☞ 1958년 7월 알래스카의 빙식 계곡인 Lituya만에서 50m 규모의 쓰나미가 일어난 목격이 있었고, 이 때 만의 반대 쪽 내벽에 몰아친 물결은 무려 530m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쓰나미가 1971년 일본 이사가와에서 있었고, 파고는 84m였다고 하며, 6,600만 년 전 텍사스에 91m정도의 쓰나미가 덮쳤던 흔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때의 쓰나미는 미묘하게 중생대말 대멸종의 원인인 소행성 충돌과 연관지어질 수 있을 듯합니다.

★ 가장 높은 폭풍해일 (storm surge)
☞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12m이상의 폭풍해일로 300,000명의 사망자를 낸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최대 파도의 관점이 파장의 개념이라면, 이론적으로 지구 둘레의 절반을 파장으로 하는 조석(tide)이 최대의 파도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속도 면에서도 1,600km/h라 하니 역시 최대의 파도는 조석파가 아닐까요? :)

(Reference)
Garrison, Tom. 1999 Oceanography - An invitation to marine science (3rd Edition), Thomson

역대 최악의 지진

by 꼬깔 | 2008/08/18 11:06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8)

Ex ovo omnia - All out of egg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란 포스트에 달린 댓글 중에 포유류의 난생과 알과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와 몇 자 끼적이고자 합니다. 흔히, 알을 통한 번식은 성공적인 진화를 위한 가장 훌륭한 처방전이라 합니다. 공룡이 2억 년 가까운 세월을 번성할 수 있던 원동력도 어찌 보면 알이라 할 수 있지요. 이와 관련해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인 윌리엄 하비는 'Ex ovo (sunt) omnia'란 말을 했습니다. 이는 '모든 생명은 알로부터'란 뜻입니다. 즉, 모든 생명의 근원은 알이란 것이지요. 어찌보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알이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 속에서 동물들은 알을 통해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풍부한 물과 적정한 온도는 산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육지에 상륙한 파충류는 교질성 알을 업그레이드 시켜 다시는 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번식 방법을 찾았습니다. 단단한 껍질과 양막은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공간이었고, 이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또한, 이런 껍질의 발명과 육상 생활은 체외수정과 체내수정 중에서 체내수정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조류는 파충류의 비교적 연한 알껍질을 단단하게 발전시켰습니다. 조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찌보면 새의 조상인, 공룡 역시 단단한 석회질 껍질을 지녔을 겁니다. 또한, 파충류의 또다른 후예인 포유류는 초기에 성공적인 처방전인 알을 물려 받았고, 이후 안전하게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식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난세포 - 난세포도 수정되지 않은 알입니다. - 로부터 출발한 '최고의 발명품 알'은 조류의 단단한 알과 포유류의 성공적인 태생에 이르게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태생도 포유류가 발명한 것은 아니며, 심지어 고생대의 판피어 중에서도 태생의 증거를 보이는 화석이 발견되었으니까요.) 물론, 포유류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 - 공통조상을 닮은 - 인 단공류(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등이 포함됩니다. 아무튼, 여전히 조상의 성공적인 번식 방식을 고수합니다. 확실히 하비의 말처럼 'Ex ovo omnia'인가 봅니다.

by 꼬깔 | 2008/08/15 23:21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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