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옛이야기

유치원에 대한 단상

오늘 다현이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엄청 많아 거의 만원 전동차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디카를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아 아직 사진은... ㅠ.ㅠ 요즘 아이들은 정말 유치원을 일찍부터 다닙니다. 다현이도 5살 때부터 다녔기에 무려 3년을 다닌 셈입니다. 사실 유치원은 오래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유치원엘 다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ㅠ.ㅠ 제 형과 여동생은 유치원엘 다녔지만 전...

6살 무렵, 어머니께서 유치원에 보내시려고 형이 다녔던 유치원에 등록했고, 원복까지 맞췄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유치원에 입학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물으셨다는군요.

아버지 : 너 유치원엘 갈래 아니면 학교에 갈래?
꼬깔 : 학교요.
아버지 : 그래 그럼 학교에 가거라.
꼬깔 : 넹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난처럼 물으신 후 그렇게 하신 아버지나 가랜다고 학교에 쫄랑쫄랑 간 저나 부전자전... 결국 초등학교 1학년동안 유치원복을 입고 등교하는 유치함을 보였다는... 키가 크지도 않은데다 어릴 적 1년은 덩치 차이가 커서 늘 제일 작은 아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친구들보다 1년 젊게 삽니다만 여전히 유치원 경험을 하지 못한 저로선 유치원이 제 로망일 수밖에 (야...) 그래서 다현이는 제가 다니지 못한 몫까지 길게 다닌 셈입니다. :)

'만약 유치원에 다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뭐 삶이 크게 달라졌으리라 생각지는 않지만, 경험하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유치원에 대한 기억이 아련한데, 어느덧 다현이가 졸업하니 참 세월이 빠르구나란 생각 뿐이네요. :) 만약, 유치원엘 다녔다면 더 유치했을까요? :)

by 꼬깔 | 2009/02/19 14:09 | 옛이야기 | 트랙백 | 덧글(24)

벽걸이 공포증

이사한 후 아직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입니다. ㅠ.ㅠ 언제 정리할 지 기약도 없는 상황인데, 요즘 다현맘이 계속해서 뭔가를 걸기 위한 못질을 부탁합니다. 그런데 전 집에 못질해서 뭔가 걸어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새집에 이사와서 못질하는 것이 못마땅하기도 하고 벽걸이 공포증도 있는지라 탐탁치 않습니다. ㅠ.ㅠ 그래도 시계 하나는 걸어 줘야겠기에 고민하고 있지만 내키지는 않네요. 반대로 다현맘은 벽에 아기자기하게 뭔가 걸어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흑...

사실 제가 이런 공포증이 생긴 것은 형과 방을 함께 쓰던 시절에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당시 방의 풍경은 문 평에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쪽 벽에 소위 방패라 불리는 제대할 때 후임병에게 받는 미니어쳐 총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쿵 하는 소리에 잠을 깼는데, 그 방패가 제 머리맡에 놓여 있더라고요. 뭔가 이상해서 일어나보니 방패 액자가 부서졌고, 책상위 유리가 깨졌더군요. 순간 스치는 생각은 '저게 떨어지면서 책상 유리에 튕겨 바닥에 낙하한거야?'란 것이었지요. 아... 순간 얼마나 섬뜩하던지요. 만약 저게 떨어지는 각도나 여러 가지 조건이 조금만 바뀌었어도 제 얼굴에... ㅠ.ㅠ 이후 전 뭔가를 벽에 거는 것에 대한 공포가 생겼습니다. 그러다보니 벽에 주렁주렁 거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편이지요. 그냥 여백의 미를 즐기는 편이거든요... 흑...

사실 예전 집에서도 다현이 돌 액자가 한번 떨어졌던 기억이 있고 - 다행히 장식장 틈새로 떨어져 무사 - 결혼사진이 떨어져 화장대 유리를 찍으며 산산조각난 기억도 있거든요.

어쨌든, 시계 하나 걸린 것이 없다는 푸념은 들어줘야겠기에 걸기는 걸어야겠는데, 내키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받은 이글루스 탁상시계를 가리키며 저걸로 만족함 안될까란 얘기 한번 꺼냈다가 죽는줄 알았답니다. 흑...

여러분께서는 벽에 뭔가를 거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여백의 미를 즐기십니까?

by 꼬깔 | 2009/01/18 13:26 | 옛이야기 | 트랙백 | 덧글(22)

책 대멸종 - Book Mass Extinction

그러고보니 진정한 리퀘스트...(으악!) by 위장효과님

전 책을 즐겨 사는 편입니다. (산다고 다 읽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 대학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아무래도 대학시절에는 비록 해적판이지만 쓸만한 원서를 구하기 쉬웠고, 없는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제본을 맡기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때는 망원경에 미쳐 Amateur Telescope Making이란 제목의 시리즈를 도서관에서 빌려 예쁘지는 않지만 제본하기도 했었고요. 그러다보니 늘 방은 지저분하고... ㅠ.ㅠ 대학을 졸업한 후 예전에 쓰던 책 중 자주 보지 않는 것은 다락방에 보관했었답니다. 아무래도 방이 작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갑작스레 보고싶은 책이 있으면 다락방을 뒤적여야 했지요. 그렇게 책을 긁어 모았는데... 어찌어찌 결혼 후 분가하게 되었고, 저보다 작은 방을 쓰던 여동생이 제 방을 쓰게 되었지요.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글쎄 벌써 동생이 제 방을 차지했더군요. 그래서 책이 엄청 없는 겁니다. 그나마 책상 위 책꽂이 있던 일부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고물 치우는 할아버지의 수레에 실려 갔습니다. 전 이 사건을 Book Mass Extinction(冊大滅種)이라 부릅니다. ㅠ.ㅠ

이 사건으로 사라진 책은 거의 100권에 육박했고, 살아 남은 것은 10%도 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페름기 대멸종에 버금가는 사건이었음에 틀림 없습니다. 게다가 사라진 책 중에는 절판되거나 정확한 제목을 몰라 다시 구할 수 없는 것이 태반이었답니다. ㅠ.ㅠ 이후 기억을 더듬어 책을 구입했고, 조금씩 모은 것이 지금은 당시보다 다양하고 양적으로도 많으니 책태계(Biblosystem)를 회복했다고 해야할까요? :) 파괴된 책태계를 회복하는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흑...

이사를 앞 두고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역시 책일 수밖에 없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머리가 복잡합니다. ㅠ.ㅠ 지금이야 동생을 용서했지만 당시에는 흑... ㅠ.ㅠ 신혼여행 다녀올 때까지만 기다렸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란 아쉬움이 있긴 하지요. :) 다시는 B.E.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늑대별님께서 심심치 않게 옛얘기를 자주 쓰셔서 가끔 트랙백하다 보니 이런 카테고리 하나 필요할 것 같아 '옛이야기'란 진부한 제목의 것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

by 꼬깔 | 2008/12/27 14:36 | 옛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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