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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기원에 관한 논쟁과 Frameshift

Thomas Huxley이래 새의 기원과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창조주의자들은 이런 학자들의 의견 불일치로 창조주의를 선전하려고 혈안이 되기도 합니다. 쯔쯔) Huxley이래 공룡학자와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새의 공룡(수각류) 기원'을 주장했고, 대부분의 조류학자와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새의 지배파충류 기원'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논쟁은 정말 치열했고, 반박과 재반박이 이뤄지면서 혈투를 벌였습니다. Gerhard Heilmann이 차골(furcula)이 공룡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공룡학자들의 골머리를 썩혔지만, 반박되었습니다. 이후 깃털 공룡들이 발견되면서 공룡 기원이 힘을 얻었지만, 원시 깃털 자체를 피부 조직이 화석화되면서 나타나는 특징이라 맞서는 등 여러 가지 의견 대립을 보이며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마지막 전장이 바로 앞발의 발가락이었습니다. 즉, 주제는 '새의 앞발가락은 1, 2, 3번째일까? 2, 3, 4번째일까?'란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Mayr는 자신의 '진화란 무엇인가?'란 저서에서 '새의 지배파충류 기원' 쪽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책의 147쪽에 '조류의 기원이 공룡이라는 가설에 대한 반박'으로 5가지를 내놓았는데... 아마추어인 제가 봐도 반박 가능한 것이 4가지는 되는 듯합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손가락'과 관련한 것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공룡의 세 개의 손가락은 1, 2, 3이고, 조류는 2, 3, 4이다. 따라서 조류의 손가락이 공룡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이 부분을 놓고 양 진영은 갑론을박했습니다. 새의 공룡 기원 진영(이하 공룡 진영)에서는 시조새의 앞발가락이 드로마이오사우리드와 같은 1, 2, 3이라는 것으로 바탕으로 새의 앞발가락도 1, 2, 3이란 주장을 폈고, 새의 지배파충류 기원 진영(이하 지배파충류 진영)에서는 새의 앞발가락이 1, 2, 3일 수가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습니다. 그러던 1999년...

a - Deinonychus, b - Archaeopteryx, c - Nothura maculos
(출처 : http://www.pnas.org/content/96/9/5111/F2.medium.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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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ciencemag.org/content/vol280/issue5362/images/large/se1486399001.jpeg)

Feduccia를 필두로 가장 강력한 반대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Feduccia et al.은 닭의 배 발생 과정에서 명확하게 닭의 앞발가락이 2, 3, 4 임이 나타난다는 증거를 내놓았고, 이는 지배파충류 진영의 승리를 가져오는 듯했습니다.
A - Coelophysis의 앞발, B - 새의 배발생 과정에서의 앞발 (Feduccia et al.)
(출처 :
http://8e.devbio.com/images/ch16/1604fig2.jpg)

그러나 곧 Gautier와 Wagner에 의해 극적인 반박이 이뤄졌습니다. 분명히 Feduccia가 관찰한 배발생에서의 numbering은 올바르지만 실제 앞발가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frameshift란 것이 이뤄졌다는 주장입니다. 즉, 새의 배발생 과정에서는 장차 골화되어 앞발가락을 만들 선구물질이 연골로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3개만 골화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선구물질과 실제 앞발가락의 생성 과정에서 numbering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진화과정에서 수각류는 5번째 앞발가락을 잃었고(HerrerasaurusCoelophysis 사이), 다시 4번째 앞발가락을 잃었습니다. (CoelophysisAllosaurus 사이) 그런데 이 두 사건 사이 어디에선가 frameshift란 것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frameshift란 실제 2, 3, 4번째 앞발가락을 만들어야 하는 연골이 Hox 유전자(Hox D)의 조절에 의해 1, 2, 3번째 앞발가락을 만든다는 겁니다. 물론, 이에 대해 Feduccia는 터무니 없는 소리라 반박하며 반발했지만, 이후 Dahn and Fallon(2000)에 의해 '배발생 과정에서의 선구물질과 실제 발가락의 numbering은 관련이 없다.'란 주장이 나왔으며, 중요한 것은 Hox D에 의해 골화시키는 시기와 패턴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답니다.
▶ Frameshift (Gauthier and Wagner)
(출처 :
http://www.pnas.org/content/96/9/5111/F6.large.jpg)

 a - Herrerasaurus, b - Coelophysis, c - Allosaurus, d - Deinonychus, e - Archaeopteryx, f - Nothura
(출처 :
http://www.pnas.org/content/96/9/5111/F3.large.jpg)

(출처 : http://www.talkorigins.org/faqs/dinosaur/digit_phylogeny_lg.gif)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수각류 진화 과정에서 frameshift가 나타나는 화석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답니다. 문제는 헤레라사우루스부터 시조새에 이르기까지 형태적으로는 분명히 4번과 5번이 퇴화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2009년 드디어 외형적으로 1번 앞발가락이 퇴화되는 과정을 보이는 케라토사우리아가 발견되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케라토사우리아인 Limusaurus에 대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룹니다. :) 사실 Limusaurus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 포스팅이 필요했던 겁니다. 흑...

by 꼬깔 | 2009/06/19 10:45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9)

돌로의 법칙(Dollo's law)이란 무엇일까?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 "역진화,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란 주제의 토론글이 올라왔더군요. 그리고 내용에 "돌로의 법칙"이란 것이 나오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 간략하게 돌로의 법칙에 관해 적어 봤습니다. 물론, 제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답니다. :) 

우선 돌로의 법칙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돌로의 법칙을 얘기할 때 이렇게 표현합니다.

"진화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진화는 역행할 수 없다."

의미대로라면 역진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겠죠? 문제는 여기서 역진화의 정의인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예시하는 것처럼 고래는 분명히 물에 살던 조상으로부터 육지로 올라왔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으니 역진화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또한, 동굴 물고기는 눈이 있던 조상으로부터 진화되었지만 눈을 잃었습니다. 이 역시 역진화라 할 수 있을까요? 돌로의 법칙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표현한다면 이렇습니다.

"진화 과정 중에서 버려진 구조나 기능은 그 생물 계통 내에서는 재현되지 않는다."

어떻습니까? 앞에서 간단하게 표현한 것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 아닌가요? Heilmann이 공룡이 새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때 Dollo의 법칙을 위배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즉, 공룡의 조상인 원시적인 파충류는 쇄골이 있었다.
공룡은 쇄골이 없다.
새는 쇄골이 융합된 차골이 있다.
따라서 공룡과 새가 같은 계통이라면 한번 잃어 버렸던 쇄골을 다시 진화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돌로의 법칙에 위배된다.

좀 더 살펴볼까요? 도킨스는 돌로의 법칙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주 단기간을 제외하고, 진화 경로를 정확하게 똑같이 역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똑같이 역행한다."라는 것입니다. 즉, 지나온 경로를 정확하게 되돌아가서 원시적인 상태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고래는 어떨까요? 과연 정확하게 경로를 되돌아간 걸까요? 만약 고래가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되돌아갔다면, 현생 물고기와 모든 면에서 같은 생리적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즉, 폐로 호흡하지 않고 아가미로 호흡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고래는 단지 외형이 물고기를 닮은 것이지 조상의 형태로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것은 돌로의 법칙을 위배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눈을 잃은 동굴 물고기는 눈이 진화한 과정을 정확히 되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돌로의 법칙은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닫힌 계에서 무질서도(엔트로피)는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어떤 물질이 무질서한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질서있는 방향으로 갈 확률보다 무질서한 쪽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확률이 0%는 아닙니다. 돌로의 법칙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즉, 어떤 시점에서 100개의 가능성이 있는 경로 중에서 한 가지 경로를 택했다면 그 경로를 따라 되돌아올 가능성보다는 나머지 99개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현재 걸어온 진화의 경로를 역행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울 겁니다. 또한, 도킨스가 정의한 것처럼 "아주 단기간을 제외하고"란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짧은 경로는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충분히 긴 경로를 정확히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Heilmann이 주장했던 내용으로 돌아간다면 만약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면 반드시 쇄골이 있어야 하며, 만약 쇄골이 없다면 예전과 같은 진화 과정을 통해 다시 쇄골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공룡에게서 쇄골이 발견되지 않았을 당시에 Heilmann의 주장은 새의 공룡 기원을 주장하는 학자들을 침묵하게 한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쇄골 뿐만 아니라 차골까지 발견되어 Heilmann의 올가미(?)로부터 벗어났지만요.

횡설수설했나요? :) 아무튼, 돌로의 법칙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몇 자 끼적여 봤습니다. 혹시라도 내용상의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by 꼬깔 | 2008/01/20 01:16 | SCIENTIA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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